글렌드로낙 12년 리뷰 (Glendronach 12yo)

글렌드로낙12년
글렌드로낙12년 (10만원 전후, 23.8월 기준)

# Bottle – 글렌드로낙 12년

글렌드로낙12년은 싱글몰트 위스키 (single malt whisky)이다.

‘셰리밤’이라는 별명을 가진 글렌드로낙은 이름에 걸맞은 꾸덕하고 달달한 셰리향이 도드라지는 위스키를 출시하고 있다. 스페이사이드와 접경지역이긴 하지만 하이랜드(Highland) 지역에 위치한 증류소이다.

현재, 맥캘란, 글렌파클라스와 함께 3대 셰리 위스키를 대표하는 증류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증류소가 태생부터 셰리캐스크를 잘 쓰는 셰리밤을 잘 만들어 내는 증류소는 아니었다. 설립은 1826년에 되어 200년이나 되어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전성기는 2008년 ‘빌리 워커(Billy Walker)’라는 마스터 디스틸러의 인수 이후부터이다.

그전까지는 다양한 주인들의 다양한 형태로 정체성이 불분명했지만, 드로낙하면 필연적으로 언급하게 되는 이 빌리 워커 옹이 오면서 셰리캐스크를 대량 매입하여 숙성을 함으로써, 특징이 불분명하던 드로낙에 셰리몬스터, 셰리밤이라는 확실한 캐릭터를 입히게 된다.

글렌드로낙
이제는 글렌알라키로 옮겨버리신 빌리 워커 옹 (출처: masterofmalt.com)

그렇게 확실한 캐릭터를 만든 빌리 워커는 글렌드로낙을 팔고 새로운 꿈을 위해 옮긴 글렌알라키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성능만큼은 확실하신 빌리 워커 옹이라 할 수 있겠다.

빌리 워커가 이적하고 난 2017년 이후에는 레이첼 베리(Rachel Barrie)가 마스터 디스틸러로 제품을 출시 중이다. 기존 글렌모린지, 보모어 등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은 분이었던 만큼 그녀의 블랜딩 제품은 여전히 글렌드로낙의 인기를 이어가는데 한몫하고 있다.

글렌드로낙
현행 드로낙을 책임지고있는 레이첼 베리 마스터 디스틸러

이런 역사를 아는 위스키 마니아들은 두 디스틸러의 각 배치(~6:빌리 워커, 7~9:레이첼 베리)를 구해 비교 시음을 하는 재미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또, 이런 마니아 층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인지 기본 라인업 12, 15, 18, 21년 외 한정판 제품이 굉장히 많은 증류소이기도 하다.

주정강화의 대표인 셰리 외에도 소테른, 마데이라, 토니포트 등의 와인 캐스크 한정판이 존재한다.

보통은 와인에서 많이 보이는 년도를 한정 짓는 빈티지 개념에 싱글캐스크를 이용한 한정판과 같이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제품군들이 존재한다.


# Tasting note – 글렌드로낙 12년

  • 국가 – 스코틀랜드
  • 주종 – 스카치 싱글몰트
  • 용량 – 700ml
  • 도수 – 43%
  • 가격 – 10만원 전후 (23. 8월 기준)

 

노즈 Nose ;

셰리밤, 셰리몬스터라는 말에 어울리는 강렬한 건포도향, 꾸덕함이 느껴지는 달달함 (캐러멜)이 거의 전부라고 봐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포션을 차지한다.

이후에 셰리에 코가 더뎌지고 나면 끝자락에 향신료인 정향의 느낌이 난다. (처음에 논피트인 것을 알고 마셔서 순간 정향 냄새를 피트로 착각하여, 피트 마셨던 잔이라 그런가?! 하고 설거지를 다시 했었다. 다른 날 다시 마셔보니 정향 냄새였다.)

팔레트 Palate ;

셰리 캐스크 중에서도 PX(Pedro Ximenez)를 섞어서인지 굉장한 단 맛이 와닿는다.

맛 자체에서도 꾸덕함이 느껴지긴 하나, 올로로소의 토피한 단 맛보다 좀 더 직관적으로 설탕녹인 맛이랄까? 향보다는 조금 못하단 생각이 드는 일관된 단 맛이 아쉽기도 하다.

이후에는 정향냄새를 가졌던 스파이시함이 혀끝부터 중반부까지 오던 단 맛을 확 잡아준다. 43%는 그리 높지 않은 도수이다 보니 알코올의 얼얼함과는 구별되는 강한 이 스파이시함 또한 강한 인상이 남는다.

피니쉬 Finish ;

엔트리 급치고는 우디 함과 스파이시 그리고 몰티함까지 느껴지며 여운이 그렇게 짧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43%가 그렇게 강한 도수는 아님에도 팔레트에 달콤함 이후에 스파이시함이 즐길만한 여운을 준다.

 


# Score (3.5/5) – 글렌드로낙 12년

“같은 엔트리여도 체급이 달라” 라고 커뮤니티에서 많이 부풀려진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 싱글몰트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캐스크’이다. 속된 말로 위스키가 ‘통빨’을 받아 특정한 맛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일전에 올린 [위스키 배럴, 캐스크란?] 와 [위스키 용어 알아보기 (싱글몰트, 블랜디드)]에서 간단히 설명한 적 있듯, 그 통발을 결정하는 캐스크는 버번, 셰리가 대표적이다.

그 외로 와인류들이나 럼 등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캐스크는 단연코 셰리캐스크고, 이런 셰리캐스크를 잘 사용해서 일명 ‘셰리밤’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위스키가 바로 글렌드로낙의 제품들이다.

하지만,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고 내리는 데는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위스키라고 생각한다.

셰리캐스크 위스키 입문! 하면 맥캘란 12년과 글렌드로낙 12년을 사람들이 추천할 정도니 새삼 빌리워커 옹이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행 드로낙은 레이철 마스터 디스틸러가 출시하고 있는 제품이긴 하다.)

의류, 액세서리 등에서도 어떤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서 보이는 스펙(성능) 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신흥 명품들(발렌시아가, 골든구스)을 종종 마주할 수 있는데, 긴 시간 동안 셰리캐스크로 명망을 쌓아온 맥캘란과 함께 입문의 기준점으로서 어떤 가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글렌드로낙도 그런 가치를 만든 위스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이 어떤 분들에게는 올려치기라고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필자는 맥캘란의 가격이 천계로 솟아버린 지금 그나마 접근 가능하고 엔트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위스키로서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데일리로는 몰라도 직관적으로 주는 단 맛이 문득 생각나는 것을 보면 그 성능을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주류 리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