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ttle – 글렌피딕 12년/15년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위스키 (single malt whisky)이다.
위스키 병에도 그려져 있는 사슴에서 알 수 있듯 글렌피딕은 게일어로 ‘사슴의계곡’ 쯤 되는 뜻을 가지고있며, [glen ; 계곡, fiddich ; 사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의 ‘스페이사이드(speyside)’지역에 위치하고있다.
글랜피딕 증류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 중 독보이는 이야기 하나로 역시 요즘 오픈런 위스키 중 하나인 발베니와 역사를 공유한다는 점을 얘기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글렌피딕과 발베니 이 두 증류소는 ‘윌리엄그란츠 엔 선즈 (WILLIAM GRANT & SONS)’라는 회사의 소속인데, 회사이름에서 보이듯 윌리엄그랜츠가 이 두 증류소의 설립했기 때문이다.
윌리엄그랜츠는 모틀락에서 오래 일하며 기술을 익히고 그 간 보아둔 로비듀라는 샘물을 수원으로 하는 증류소를 아들 7명과 함께 글렌피딕 증류소를 가족경영했다고 한다.
당시에만해도 위스키 시장에서는 요이치nas 리뷰글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맛좋은 블랜디드를 만들어 파는 것이 주류였기 때문에, 그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차린 것이 글랜피딕과 발베니 증류소였고, 납품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블랜디드 위스키를 출시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즐겨마시지는 않지만, 마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란츠
(GRANT’S)’이다.
실제로 글랜피딕 싱글몰트는 1963년도에 발매되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는 싱글몰트 시장의 판매율 1위를 기록하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접하며 즐기는 위스키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글렌피딕 15년의 경우 글랜피딕 증류소만의 특별한 시스템으로 ‘솔레라 시스템 (SOLERA SYSTEM)’을 이용한다는 것인데, 솔레라 시스템은 사실 와인에서 자주 이용하는 방식으로, 숙성이 충분히 된 와인을 모두 병입하지않은 채로 남겨 덜 숙성된 와인과 섞음으로써 그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글랜피딕의 솔레라 리저브 시스템은 이러한 솔레라 시스템을 차용한 ‘솔레라 뱃 (Solera Vat)’ 이라는 사진에서보이는 대형 배럴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글랜피딕 15년의 경우 원액(sprits)을 버번, 셰리 그리고 버진 캐스크 총 3가지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데, 이를 앞서 말한 솔레라 뱃에 일정 비율로 섞은 채로 숙성시키되 병입시 절반이상의 원액을 남김으로써 그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면세용 제품군에서는 vat. Num으로 판매하는 제품군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 Tasting note – 글렌피딕 12년
- 국가 – 스코틀랜드
- 주종 – 스카치 싱글몰트
- 용량 – 500ml
- 도수 – 40%
- 가격 – 7만원대 ([500ml] 23.1 기준)
노즈 Nose ;
함께 화사한 꽃과 가벼운 배 혹은 청사과 같은 과일의 향이 강하게 난다. 상쾌한 향의 지배적이며 약하지만 오크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복합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상쾌한 향이 유지되는 느낌.
팔레트 Palate ;
혀에 떨어지는 맛 자체는 달달하며 스파이시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버티리 하면서 미묘하게 오크의 스파이시함이 느껴진다. 향에서 느껴졌던 서양배의 느낌이 팔레트에서도 느껴지면서 입을 시원하게 씻어내려 가는 느낌이 든다.
피니쉬 Finish ;
팔레트에서 은은하게 느껴졌던 오크의 스파이시함이 올라오면서 피니쉬를 준다.
NAS 류의 짧은 피니쉬보다는 길지만, 캐릭터가 강렬한 피트류들보다는 상큼함에 초점이 맞춰져서인지 길지 않은 적당한 여운이 남는다.
다음 모금을 마시기에 적절한 스파이시함과 여운인 듯하다.
# Tasting note – 글렌피딕 15년
- 국가 – 스코틀랜드
- 주종 – 스카치 싱글몰트
- 용량 – 700ml
- 도수 – 40%
- 가격 – 12만원대 (23.1월 기준)
노즈 Nose ;
엔트리 다음 라인이고 글렌피딕하면 생각나는 대표 제품.
글렌피딕에서 자랑하는 솔라나뱃시스템 특징이 느껴지는 쿰쿰한 오크 냄새와 함께 달콤한 꿀, 꽃 그리고 말린 과일의 향이 강하게 난다.
이 쿰쿰한 냄새는 아마 셰리캐스크를 쓰는 모든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가장 특징적인 노즈가 아닌가 싶다.
팔레트 Palate ;
첫맛은 굉장히 달콤하고, 셰리 캐스크의 말린 과일맛이 때문인지 12년 대비 굉장히 농한 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단 맛이 혀뿌리까지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고, 스파이시한 맛이 중간부터 올라와서 뭔가 단 여운을 아쉬운 듯 없애주며, 밸런스를 맞추듯 단순함을 상쇄해 준다.
위스키 특유의 팔레트 내 복합적인 맛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팔레트인 것 같다.
피니쉬 Finish ;
피니쉬는 12년 정도의 길이감이나, 노즈와 팔레트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12년과는 다른 말린 과일의 향과 끈적함이 여운으로 남는다.
덕분에 12년 대비 스파이시함은 덜 하게 느껴지며 과일의 향 또한 과하지 않은 정말 밸런스가 좋은 느낌.
# Score (3.5/5) – 글렌피딕 12년/15년
“싱글몰트 처음이세요? 여기에요” 라는 말이 적당한 대표적인 싱글몰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필자 또한 대학원 시절 내내 소주, 맥주 어쩌다 해외나 제주도 학회에 다녀오면 사 오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제외하고 처음 접해본 싱글몰트가 글렌피딕 12년이었던 것 같다.
처음 접한 글랜피딕 12년은 그저 쌘 술, 그리고 소주와 다르게 직관적으로 달콤하다는 느낌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징글라스라는 개념도 없었고, 그저 고도수의 술을 원샷에 털어 넣는 즐거움이 음주라는 것에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캐릭터에서 오는 특유의 스파이시함 외에 남는 잔향이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것을 자꾸 생각나게 했었다.
그리고 그 매력이 현재 내 취미의 한자리로 자리 잡게 된 걸 보면, 글렌피딕이 이 향과 맛을 즐기는 음주문화에 대해 소개해줬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그 이후 고 숙성이면 뭐가 좀 달라지나?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15년의 경험은 12년과 전혀 다른 맛이 나는 위스키였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실제로 공법면에서 차이가 있는 위스키였다는 것은 관련된 문헌과 소개를 찾아고야 알았다.
이 과정이 나에게 있어 위스키라는 것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정말 위스키 대란이란 말이 실감이 되는 것이 정말 보편적으로 사다 마실 수 있던 이 두 종 마저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싱글몰트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어떤 것부터 마셔야 할지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아직 이마트나 코스트코에 가면 그래도 접근성이 좋은 편에 속하는 싱글몰트이고, 그 맛 또한 블렌디드에서 넘어가기에도 이질감 없이 밸런스가 좋은 위스키임에 틀림없다 생각한다.
또, 12년과 15년 중에서는 요즘 가격면이나 구매 접근성이 조금 올라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여유가 되고 재미를 붙이고 싶다면 첫 경험으로는 15년을 조금 더 추천하고 싶다.
이번 버티컬 시음을 하면서 느껴진 것이 복합적인 맛을 느끼기에 15년이 더 훌륭하다고 느꼈고 12년이 맛이 덜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스파이시함 쪽의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낮은 상태에서 즐기는 것보다는 복합적인 맛에서 특징적인 캐릭터를 구별해나갈 수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두 위스키 모두 밸런스 자체가 좋은 만큼 위스키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고 나면 직접 다시 구매할 일은 또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입문자에게 선물하기도 같이 즐기기도 좋은 술, 글렌피딕이라고 생각한다.
싱글몰트에 교본, 입문서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술인 글렌피딕은 정말 리뷰라는 것이 필요 없는 술일다.
필자도 싱글몰트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처음 접했던 싱글몰트 위스키였고 특유의 스파이시함과 직관적인 달큼함에 놀라서 오래 기억에 남았던 위스키이며, 당시만 해도 700ml 기준으로 각각 12년 5만 원, 15년 9만 원? 정도쯤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거의 1.5배씩 증가한 걸 보면 단순히 유명한 맥캘란뿐 아니라 전반적인 위스키의 수요가 굉장히 증가한 것을 느낀다.
또, 그렇게 다양한 위스키들이 인기를 갖음에도 불구하고, 추천할만한 싱글몰트를 대라고하면 스카치 싱글몰트의 교과서스러운 이 위스키를 빼놓을 수 없는 것도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