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배럴, 캐스크란?

 

 

위스키는 사실 배럴(캐스크)의 맛이다

글에 앞서, 제목처럼 배럴의 맛이라는 말은 어그로를 조금 끈 제목이라고 인정한다ㅎㅎ..
50% 정도 맞는 말이지만, 흔한 ‘통빨’이 위스키의 전체라면 증류부터 시작되는 공정은 필요가 없단 소리가 돼버리니까ㅎㅎ..

정확히는 모든 공정과 이 배럴(캐스크)의 조화가 각각의 위스키 개성을 만든다고 하겠다.
하지만, 배럴(캐스크)의 힘은 위스키에 있어 정말 강력하다.

앞선 포스트에서 위스키 Proof, Non-chill filtered 이란? 을 다뤘는데, 그 병입을 하는 통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요즘 싱글몰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위스키 오픈런이라는 말이 뉴스에서도 보인다.
모든 싱글몰트를 오픈런해서 사는 것은 아닐 테니, 롤렉스, 샤넬 같이 오픈런을 하는 종류가 있을 법하다.

보통 맥캘란, 야마자키와 같은 브랜드들의 위스키이다.
이 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위스키를 담는 통 ‘배럴’혹은 ‘캐스크’의 특징이 있는 위스키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에 와서는 유명해져서 더 유명해진 감이 분명히 있지만..

캐스크, 배럴 정보
라벨에 표기된 캐스크 정보 예시

그렇다면, 도대체 이 배럴 혹은 캐스크가 무엇일까?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스코틀랜드 법으로 3년 이상 숙성을 해야지만 스카치라고 인정해 주는 법이 있다.
그래서 NAS(Non-age statement) 위스키의 경우도 스카치인 경우는 3년 이상의 원액을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숙성을 할 때 담아두는 곳. 바로 그곳이 배럴, 캐스크이다.

현대에 와서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아메리칸 버번오크통에 담아 숙성을 한다.
하지만, 위의 사진의 경우처럼 특별하게 표시하는 셰리캐스크, PX캐스크 등의 제품은 기본 아메리칸 버번 오크통 숙성이 아닌,
다른 오크통을 거친 경우를 의미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풀 셰리 캐스크, 셰리 피니쉬(sherry finish)이다.
보통, 버번 통 대신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경우를 풀 셰리라 표기한다.
그리고 버번 통에서 대부분의 기간을 숙성하다 1년 안쪽으로 셰리 통으로 옮겨서 숙성을 마친 후 병입한 경우를 셰리 피니쉬라고 칭한다.

배럴(캐스크)이 주는 맛은 어디서? 위스키에 무엇을 입혀줄까?

캐스크, 배럴 재료
캐스크와 배럴의 재료가되는 크고 아름다운(?) 참나무

배럴(캐스크)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흔히 말하는 ‘오크(Oak)’ 즉, ‘참나무’로 만든다.
그러한 이유로 이 와인이나 위스키를 숙성하는 통을 오크통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숙성배럴로 이용하는 나무가 이 참나무일까?

그것은 바로 참나무의 특성 중 하나인 ‘방수’ 성질 때문이라고 한다.
참나무 특유의 세포구조(전충체)가 액체는 막되, 공기와 알코올 같은 증기는 통과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이 몇 년에 걸친 숙성에서 피할 수 없는 위스키의 증발[애칭 천사의 몫(angels’ share)]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실제로 참나무가 갖는 풍미 또한 좋은 이유도 존재한다.
거기에 와인숙성과정에서 발견한 오크통 내부를 태우는 ‘토스팅(toasting)’이나 ‘챠링(charring)’과 같은 기법의 발달은 그 용처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깊이 들어가면 언제나 하이엔드가 있고 재미있듯, 참나무의 종류에도 굉장히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당연히, 다른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은 다른 풍미와 영향을 입힌다고 알려져 있다.

참나무의 종류와 그 오크통의 특징은?

배럴, 캐스크 3
발베니 숙성 창고의 오크통들

참나무의 품종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데,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특징이 도드라져 잘 알려져 있는 품종은 다음과 같다.

백참나무는 가장 유명하고 오크통을 만드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품종으로, 아메리칸 버번위스키의 오크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미국의 아칸소와 미주리에서 많이 자라는 종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든 버번 오크통은 백참나무 섬유의 특성을 받아, 주로 바닐라, 시트러스(오렌지계열), 코코넛 같은 풍미를 입혀준다.

로부르참나무는 흔히 리무쟁 또는 프렌치 오크로 알려진 품종으로, 이를 통해 만드는 오크통은 실제로 이 이름을 따서 리무쟁, 프렌치 오크라 불린다. 실제로 프랑스의 리무쟁이란 지역에 큰 참나무 숲에서 수확된다고 한다. 이 나무를 이용한 오크통은 대부분 와인업계의 오크통으로 이용되며, 주정강화 와인인 셰리, 마데이라, 포트에도 사용되며 코냑통으로도 사용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크통을 유로피안 오크통이라고 하고 실제로 요즘 업계에서 높은 취급을 해주는 셰리오크통들도 여기에 속해있다.
그래서 셰리나 와인캐스크라고 불리는 위스키들은 로부르참나무 섬유의 특성을 받아, 주로 말린 과일, 초콜릿, 향신료와 가죽 같은 풍미를 입힌다.

마지막으로, 미즈나라 오크라 불리는 물참나무는 요즘 굉장히 핫한 재패니스 위스키의 특징을 상징하는 오크통의 원료로 쓰이는 품종이다.

대부분 재패니스위스키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비중은 적은 편이고,

하지만, 백단향이라고 불리는 머스크와 베이비파우더 같은 크리미 하면서도 상쾌한 향을 입혀주기 때문에 위스키업계에서 각광받는 품종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즈나라 캐스크는 수축률도 일반적인 참나무와 달라 숙성을 하면서 손해보는 경우도 많고 그 난이도가 높아서 미즈나라에서 숙성한 제품들은 꽤 비싼 고가의 제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재패니즈 위스키론 야마자키가 있고, 보모어에서도 미즈나라캐스크를 쓴 제품이 있다.

배럴 캐스크 5
미즈나라 캐스크를 사용한 제품들

그 외 특징들

그 외의 특성들로는 배럴의 크기와 몇 번 사용한 배럴에 넣어 숙성하였는지가 위스키에 입히는 특성들을 결정할 수 있다.

이 또한 분류를 하면 굉장히 긴 내용이 되니, 간단하게 방향성만 정리해 보자.

캐스크, 배럴 4
크기에 따른 캐스크와 배럴 이름

 

먼저, 크기는 알코올의 증발과 통의 특성을 입히는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까지의 지식을 끌어모아 생각해 보면, 통이 작으면 상대적으로 오크 표면과 맞닿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맞닿는 면적이 많다면 증발량도 증가할 것이고, 통의 특성도 금방 입혀질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고숙성의 위스키들은 증발량을 줄이기 위해 굉장히 큰 사이즈의 배럴에서 숙성한다.
반대로 이런 특성을 이용해 저숙성에 강렬한 캐스크의 맛을 입히기 위해, 일반 배럴(500L)의 1/4 사이즈인 쿼터 캐스크에 입혀 숙성시간을 줄여 출시하는 제품군도 있다. (아란 쿼터캐스크, 라프로익 쿼터캐스크가 그런 경우이다 – 실제로 NAS지만 맛돌이들로 유명한 제품들)

또, 배럴의 재사용 횟수는 당연히 적을수록 강한 맛을 입힌다.
특히, 아메리칸 버번위스키의 경우 미국에서 나오는 참나무를 이용한 ‘(뉴) 버진 오크’만을 사용해하는 법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카치의 경우 오랜 시간 숙성을 하면서 계속해서 버진 오크나 다른 술을 한번 채우고 나서 재사용하는 퍼스트필(first fill)을 이용하면 기존 원액의 맛에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때문에, 고숙성으로 제품화할 원액들은 중고 배럴(ex버번, ex셰리)을 이용함으로써 맛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경우도 존재한다.

재미있는 내용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엔
라벨지밖의 이야기인 증류에 대한 얘기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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