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증류, 스피릿이란?

라벨지 너머의 세계, 증류 이야기

이전 포스팅들에서는 위스키를 마실 때 라벨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병입 도수, 여과, 캐스크 등)에 대해 다뤘다.

  1. 위스키 용어 알아보기 (싱글몰트, 블랜디드)
  2. 위스키 Proof, Non-chill filtered 이란?
  3. 위스키 배럴, 캐스크란?

그렇다면 원론으로 돌아와 리쿼샵에 위스키를 사러 가면 진열 팻말에 보이는 spirits은 무엇일까?

소주나 위스키를 흔히 증류주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증류는 무엇이고 무슨 과정을 거칠까?

위스키를 넘어서는 내용들도 있는 부분이지만, 지루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위스키의 영역에서만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스피릿츠 (Spirits)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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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앤모어 매장 전경

와인앤모어가 같은 주류샵이나 리쿼샵들에 가면, 술 종류를 나누어 판매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술을 사러가보면 대표적으로 Wine이 있고, 위스키가 진열돼 있는 곳에 보통 Spirits라고 적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어로 Spirit은 말 그대로 영혼이지만, 당연히 술집에서 영혼을 팔리는 없고 단수형 Spirit은 화학에서 쓰이는 화합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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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영혼..?

이와 같이, 사실상 알코올성 음료를 뜻하는 명칭이다. 그래서 보통 ‘스피릿츠 Spirits’라고 복수로 사용하면 증류주를 일컫는 말이다.

 

그럼 증류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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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제조 과정 (그림 위스키인포그래픽 참조)

증류주는 양조주를 증류기에 넣고 증류시켜 얻은 주류를 의미한다.

그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양조주는 무엇인가가 궁금해지는데, 원론적으로 파고들면 지루해지니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양조는 곡물, 과일 등에 있는 당을 발효시켜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는 행위이다. (당화 같은 과정이 있지만 생략하자.)
  2. 이렇게 양조를 통해 얻은 술을 양조주라 한다.
  3. 맥아나 홉 등 곡물을 통해 양조를 거치면 맥주, 포도와 같은 과일을 통해 양조를 거치면 와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4. 이렇게 양조를 통해 나오는 술의 알코올 도수는 15도 이상이 되면 발효의 동력인 효모가 죽기 때문에 고도수가 되기 어렵다.
    (이런 걸 효모입장에서 스.불.재라고 하는 건가..? 발효를 통한 알코올은 20도 정도를 최대로 본다.)

이렇게, 더 높은 고도수의 술을 얻기 위해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증류이다.

그렇게 해서 얻는 증류주가 맥주와 재료를 같이하는 위스키, 와인과 재료를 같이하는 브랜디, 코냑이라고 이해하면 얼추 맞다.

근데, 그냥 맥주나 와인으로 마시면 되는걸 굳이 도수를 높이려고 증류까지 해서 생산량의 손해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고대에 저도수의 술보다 술의 보관이 용이하였기 때문이다.

보관이 어렵던 시절에 안 썩고, 얼지 않는 술은 그 자체만으로 장점이 있었다.

또, 증류기를 거치는 동안 반응을 통해 개성 있는 풍미를 갖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높은 도수의 술일수록 풍미를 갖기 더 좋은 형태를 갖기 때문이기도 하다.

증류를 통해 얼마나 높은 도수를 얻는가?

보통 맥아로 만들기 때문에 맥주(beer)라고도 할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발효액정도로 통용된다.

이 발효액의 도수는 7~15% 수준인데, 보통 2번의 증류를 통해 80%까지 올린다.

(더 낮기도 더 높게도 가능 하지만, 아메리칸 버번의 경우 상한은 법적으로 ‘160 Proof – 80%’까지 증류하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았다.)

이 과정에서 목적에 따라 증류기를 다르게 사용하기도, 여러 번 사용하기도 한다.

증류기의 종류와 역할은 무엇일까?

증류기의 종류는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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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증류기 와 연속식 증류기

증류기는 크게 단식 증류기와 연속식 증류기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단식 증류기는 한번에 한번씩 하는 증류기로써, 1차 증류를 통해 로우와인(Low-wine)이라 불리는 증류액을 받는다.

그리고 의도에 따라 얻어진 증류액을 추가로 한번 혹은 두 번까지도 증류함으로써 높은 도수의 스피릿츠(Spirits)를 얻는다.

이에 비해 연속식 증류기는 몇 번이고 원하는 도수가 나올 때까지 증류를 반복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자동화가 잘되어있고 기계설비를 통해 일관된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생산하기에 용이하다.

재미있는 점은 스카치 싱글몰트는 단식 증류기를 이용해야지만, 싱글몰트라고 친다는 점이다.

스카치에서 제일 중요한 재료인 맥아 100프로를 사용해서 증류하였어도, 연속식 증류기를 이용하면 그레인위스키로 분류한다.

그에 비해 버번의 경우는 증류의 방식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메리칸 버번은 연속식 증류기를 이용한다.

[단식 증류기를 쓰는 아메리칸 버번으로 유명한 증류소는 우드포드가 유명하다]

참고로 소주의 경우도 연속식 증류를 통해 고도수의 스피릿을 뽑아낸 후 희석하는 희석식 증류주이다.

증류기가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단식과 연속식 모두 기본적으로 증류과정에서 발효액의 물을 제거하여 도수를 높여준다.

중요한 다른 역할로는, 발효액 내의 좋지 않은 성분들을 걸러주는 것을 뽑을 수 있는데,

이는 증류기의 내부를 구리로 만들기 때문인데, 구리는 증류 과정에서 곡물이 가지고 있는 황과 반응하여 이를 걸러내 준다.

그리하여, 곡물의 발효할 때 나는 향기로운 풍미만 남기고, 황의 냄새를 줄여 발효취라고 불리는 cheezy 한 냄새들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건, 위스키를 처음 만들 당시에 이 유익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것임을 알고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증류에 유리한 증류기의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가공 기술이 부족하여 구리로 밖에 만들 수 없어서 선택한 것이다.

그 조화의 산물이 위스키라니 인간은 꽤나 축복받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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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증류기의 대표적인 모양들 (맥캘란 참고)

연속식 증류기도 내부를 잘 튜닝하여 다양한 풍미와 맛을 조절할 수 있지만,

내부 구조를 뜯어 설명할 수도 없을뿐더러, 커피와 비유하자면 마치 핸드드립과 커피 머신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수동으로 변수를 디테일하게 조절이 가능한 단식 증류기로 설명을 하겠다.

기본적으로 증기가 구리관과 오래 만나면 환류(reflex)라는 증기가 액화되는 현상이 길어져 라이트 한 느낌의 스피릿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그림과 같이 좌측부터 분류, 설명하면,

  • 증류주를 모으는 관이 위쪽으로 뻣으면 환류가 많이 일어나 스피릿의 느낌이 라이트 해진다. [이는 키 큰 증류기에도 해당된다.]
  • 관이 수평하면 보통 밸런스와 함께 견과류의 느낌을 갖는 스피릿이 생성된다고 한다.
  • 관이 아래로 떨어지는 형태는 상대적으로 스피릿의 바디가 묵직하고 오일리한 질감을 갖는다

또 우측과 같이 모양으로 분류된 경우를 설명하면,

  • 증류기 하단부가 늘씬하게 뽑은 스트레이트 네크형 같은 경우는 알코올 외 다양한 향미가 남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맥캘란 보모어 등의 증류기가 이런 형태라고 알려져 있다.
  • 중간에 혹 같은 형태를 두어 환류가 좀 더 잘 일어나게 만든 벌지형은 알코올 외 향미를 많이 배제하도록 하는 증류기로 글렌모렌지와 클레이넬리시 증류소에서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 랜턴형이라고 불리는 증류기는 곡선이 있는 곳에서 액화된 증류액이 다시 떨어지면서 스모키 한 풍미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어, 아드벡이나 오반같은 증류소에서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 내용이 공부를 해야 하는 느낌이 들어, 지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탐구할수록 재미있는 게 위스키의 세계이고 왜 이런 맛이 나는지를 알면 다른 공정이나 증류기를 쓴 다른 증류소의 제품이 궁금해진다.

취미를 즐기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궁금했던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이 글을 마친다.

다음에는 조금 더 음주생활에 실용적인 팁을 포스팅해 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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